솔직히 저는 엔터주를 처음 샀을 때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BTS 공연 소식만 들리면 무조건 오르겠지, 이 정도로만 판단했던 겁니다. 실제로 3월 광화문 공연 발표 직후 하이브 주식을 매수했는데, 예상만큼 크게 뛰지 않더라고요. 물론 제가 늦게 진입한 탓도 있지만, 그때 깨달았습니다. 엔터 산업은 단순히 한두 번의 이벤트로만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는 걸 말입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엔터주는 투자자들에게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변동성 큰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 개방 신호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가 무산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렸고, 반대로 북미 시장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들이 속속 나타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중국 한한령과 시장 개방 신호의 반복
2024년 엔터주가 롤러코스터를 탔던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 때문이었습니다. 4월 26일 EXO 출신 백시의 하이난 공연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시장은 들썩였습니다. 드디어 한한령이 풀리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퍼졌던 거죠. 여기서 한한령이란 2017년부터 중국 정부가 시행한 한류 콘텐츠 규제 정책으로, 한국 가수의 중국 본토 공연과 방송 출연을 사실상 차단한 조치를 말합니다.
그런데 막상 4월 26일이 지나도 공연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무기한 연기됐다는 얘기만 돌았습니다. 5월에는 에이펙스라는 중소 기획사 소속 그룹이 푸저우 팬콘을 한다는 발표가 나왔고, 7월에는 CJ ENM의 플로라가 중국 소규모 공연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국 래퍼 호미들은 실제로 중국에서 공연을 마쳤습니다. 이런 신호들이 계속 나오니까 투자자들은 '이번엔 정말 다르다'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저 역시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혹했습니다. 중국 시장이 열리면 과거 2016년 빅뱅이 본토에서만 50만 명을 모았던 것처럼, 엄청난 매출이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거든요. 당시 YG는 공연과 MD 매출로만 360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하지만 결과적으로 2024년 내내 중국 본토 단독 공연은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문을 닫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 문화 유입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홍콩, 마카오, 대만 같은 중화권에서는 공연이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트와이스는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중화권 투어를 진행했고,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K팝 걸그룹 최초로 공연을 열었습니다. 이 정도 규모만으로도 의미 있는 수익이 나오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건 본토 시장이었기 때문에 주가 모멘텀으로는 부족했던 겁니다.
북미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수익 구조 변화
제가 엔터주를 다시 보게 된 계기는 북미 공연 데이터를 접하고 나서였습니다. 2024년 상반기 JYP 소속 스트레이키즈가 북미에서만 60만 명 이상을 모객 했다는 소식이 들렸거든요. 직전 투어에서 전 세계 70만 명을 모았던 그룹이, 이번에는 북미 단일 지역에서만 그 규모를 채운 겁니다. 전체 투어로는 220만 명을 기록하며 급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북미 공연의 수익성입니다. 북미 티켓 가격은 일반석 기준으로도 평균 19만 원에서 20만 원 수준이며, VIP석은 25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한국이나 동남아 공연보다 티켓 단가가 높기 때문에, 같은 규모의 공연이라도 매출 규모가 크게 차이 납니다. 실제로 블랙핑크는 북미 스타디움 공연에서 회당 개런티가 26억 원에서 29억 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과거 동남아 공연 수준과 맞먹는 금액입니다.
트와이스도 2024년 7월부터 시작한 월드투어에서 총 78회 공연을 계획했는데, 그중 34회를 북미에서만 진행합니다. 최소 250만 명에서 300만 명까지 모객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직전 투어의 180만 명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런 흐름을 보면 K팝 아티스트들이 북미에서 단순히 인지도만 쌓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빌보드 차트 성과도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빌보드 200은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차트로, 한국 가수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입하는 편입니다.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앨범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수준인데, 그중 절반가량이 한국에서 판매되는 물량입니다(출처: 국제음반산업협회 IFPI).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빌보드 핫 100 차트입니다. 핫 100은 스트리밍과 라디오 방송 횟수를 종합해 대중적 인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2022년까지는 BTS와 블랙핑크만 진입했었습니다. 그런데 2023년 이후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까지 차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K팝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전망과 투자 포인트
올해 엔터주를 볼 때 핵심은 BTS 컴백입니다. 하이브는 2024년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지만, 이는 올해 BTS 완전체 활동을 위한 선제적 비용 지출로 해석됩니다. 시장에서는 BTS가 최소 300만 명 이상의 공연 모객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350만 명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스트레이키즈가 220만 명을 모았으니, BTS는 그 이상을 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제 경험상 엔터주는 싸다고 해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는 않습니다. 성장성이 동반돼야 의미가 있는데, 현재 멀티플은 바닥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여기서 멀티플이란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주가가 기업의 실적 대비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배수입니다. 지금은 실적 대비 주가가 상당히 낮은 상태라는 거죠.
투자 관점에서 주목할 종목을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이브: BTS 컴백이라는 확실한 모멘텀 보유. 3분기 적자는 일회성으로 평가됨
- JYP엔터테인먼트: 북미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 기획사.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 모두 북미 투어 성공
- 중국 리스크 헷지: YG와 SM은 여전히 중국 시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변동성 주의 필요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 단위로 해외 공연 유치 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지침을 내렸고, 문화 산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됐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규모 단독 공연이 성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저는 중국보다는 북미 시장의 실적 확대가 더 확실한 투자 근거라고 봅니다.
K팝은 이제 단순히 문화 수출을 넘어 우리나라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월 광화문 BTS 공연을 앞두고 일부 숙박업체들이 바가지요금 논란에 휘말렸던 것처럼,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K팝 팬들이 한국을 찾는 건 단순히 공연만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우리 문화 전체를 경험하러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다시 오고 싶어 하는 나라를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엔터 산업과 국가 이미지 모두에 도움이 될 겁니다. 엔터주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앞의 작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북미 시장 확대와 IP 다각화 같은 구조적 성장 동력을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참고: https://livewiki.com/ko/content/entertainment-stocks-us-mar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