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몇 년 전 엔화가 한창 쌀 때 일본 주식 투자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우리나라와 다르게 10개 단위로만 매수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워서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게 참 아쉽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버핏이 2020년부터 일본 종합상사에 집중 투자를 시작했고, 2025년 현재 지분을 거의 10%까지 끌어올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제 과거 선택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주식만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해외 투자 기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게 후회로 남습니다.

워렌버핏이 일본 종합상사를 선택한 이유
워렌버핏이 92세의 나이에 직접 도쿄를 방문해 일본 종합상사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건 단순한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2020년 일본 5대 종합상사(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 마루베니, 스미토모)의 지분을 각각 5%씩 처음 매입했고, 2023년 평균 7.4%까지 늘렸으며, 2025년 현재는 거의 10%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종합상사(소고쇼샤)란 일본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로, 단순 무역을 넘어 투자·금융·운송·가공까지 전체 가치 사슬을 통합한 거대 기업군을 의미합니다. 에너지, 광물, 금속, 곡물, 식품, 해운, 물류, 건설, 인프라, 소비재까지 다루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1945년 패전 후 자원이 부족했던 일본이 수출과 자원 확보를 위해 키운 이 모델은, 한국의 삼성물산이나 현대종합상사 같은 기업들이 IMF 이후 대부분 해체되거나 축소된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버핏이 종합상사에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저평가된 기업 가치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입니다. 여러 산업에 분산 투자된 구조 덕분에 한 분야가 부진해도 다른 분야에서 수익을 내며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죠. 실제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기준으로 일본 주식은 미국 주식 대비 상당히 저평가돼 있습니다(출처: Bloomberg). PBR이란 주가를 회사의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신호입니다. 미국 주식은 이미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지만, 일본 주식은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버핏의 판단이었습니다.
게다가 일본 종합상사는 배당 수익률이 높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이나 재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하며 배당금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부터 상장사들에게 자본 효율성 개선을 요구했고, 이는 곧 배당 증가와 자사주 매입으로 이어졌습니다(출처: Tokyo Stock Exchange). 버핏은 이런 구조적 변화를 미리 읽고 투자에 나선 것입니다.
저도 당시 일본 주식을 고민할 때 배당 수익률을 봤었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주식보다 훨씬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투자하려니 귀찮고 복잡하게 느껴져서 덮어버렸던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외 주식은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정보만 제대로 찾으면 충분히 접근 가능한 시장이었습니다.
엔화 조달과 환율 전략의 비밀
버핏의 일본 투자에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핵심이 바로 엔화 조달 전략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일본 엔화로 회사채를 발행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제로 금리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거의 없었고, 엔화 약세 덕분에 달러 대비 환율 방어 효과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환헤지(Currency Hedging)란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같은 통화로 자산과 부채를 맞추는 전략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버핏은 엔화로 돈을 빌려서 엔화로 일본 주식을 샀기 때문에 환율이 변해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종합상사들이 주는 배당금만으로도 빌린 돈의 이자를 충분히 갚고 남았죠. 이건 거의 무위험 차익거래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일본 종합상사의 배당 수익률은 3~5%대를 유지하는 반면, 엔화 조달 금리는 거의 0%대였습니다. 이 차이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당시 엔화 예금을 고려했었는데, 단순히 환율만 보고 판단했지 이런 구조적 전략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환율 투자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제대로 된 헤지 전략만 갖추면 충분히 안정적인 투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버핏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일본 종합상사는 영원히 보유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출처: Reuters). 그만큼 장기 투자 가치가 확실하다는 뜻입니다. 니케이 지수(Nikkei 225)는 1989년 고점 이후 30년 넘게 회복하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재평가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니케이 지수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225개 기업의 주가를 평균한 지수로, 한국의 코스피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앞으로 올라갈 여력이 아직 충분하다는 점입니다.
주요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평가된 일본 주식의 재평가 가능성
- 배당 수익률 3~5%의 안정적 현금 흐름
- 엔화 조달로 인한 환율 리스크 최소화
- 도쿄증권거래소의 주주 친화 정책 강화
저는 이번 기회에 일본 종합상사를 담고 있는 ETF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직접 개별 주식을 사는 것도 방법이지만, ETF로 분산 투자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시장 전체의 성장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ETF는 수익률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오히려 안정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과거 중국 ETF에 투자했을 때 6년간 반토막 난 적도 있었지만, 최근 다시 회복하며 수익을 냈던 경험이 있습니다.
결국 워렌버핏의 일본 투자는 단순히 주식을 산 게 아니라, 구조적 변화와 저평가 기회를 정확히 읽어낸 전략이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만 갇혀 있을 게 아니라, 일본처럼 재평가 흐름에 있는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일본 은행의 금리 인상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변수는 항상 존재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저도 이제는 과거처럼 귀찮다고 덮어두지 않고, 제대로 정보를 모아 실행에 옮겨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