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유가가 이렇게 빨리 100달러를 터치할 줄 몰랐습니다. 전에 들었던 강의에서 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주식 투자를 잠시 멈추라는 조언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지나쳤던 말이 지금 와서 뼈저리게 와닿습니다. 미국 4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치의 절반인 0.7%로 발표되면서 시장이 흔들리고 있고, WTI 유가는 100달러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성장은 꺾이는데 물가 압력은 높아지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신호죠. 여기서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더 무서운 건 월가의 사모 대출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하면서 기관 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사모펀드 환매 쇼크와 금융주 급락
일반적으로 사모 대출 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처로 알려져 있지만, 제가 최근 확인한 데이터를 보면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블랙스톤의 BCRED 펀드는 7.9%의 환매 요청을 받았고, 블랙록 펀드는 9.3%의 환매 요청 중 5%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음 기회로 미뤘습니다(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월가 최상위 자산운용사들이 현금 지급을 막고 있다는 건 유동성 경색이 이미 시작됐다는 신호입니다.
사모 대출(Private Credit)이란 은행 대신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고금리 시대에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사모펀드가 높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죠. 그런데 지금 이 시장 규모가 1조 7천억 달러로 미국 은행권 전체 기업 대출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 자금이 주로 어디로 갔느냐인데요. 데이터를 보면 소프트웨어 섹터 비중이 20%로 가장 높습니다. 2010년에는 약 6%였던 게 어느새 세 배 이상 증가했죠. 최근 SaaS 기업들의 수익성이 흔들리면서 이자를 제때 못 내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2026년 1월 기준 미국 사모대출 부도율이 5.8%까지 올랐습니다. 저는 이 숫자가 단순히 파산 기업이 늘었다는 게 아니라 현금이 없는 기업이 쌓이고 있다는 신호로 봅니다.
금융주 ETF인 XLF는 올해 들어 꾸준히 밀리다가 최근 급격하게 무너졌습니다. 블랙스톤을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의 주가는 30~40% 하락했고요. 제 포트폴리오에도 금융주가 일부 있었는데, 솔직히 이 정도로 빠질 줄은 예상 못 했습니다. 환매 요청이 급증한다는 건 이 기업들의 수익 기반이 흔들린다는 의미이고, 단순한 주가 하락이 아니라 월가 유동성 구조 자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중소형주 방어와 러셀 2000 흐름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는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지금 같은 신용 경색 국면에서는 완전히 다릅니다. 사모 대출이 축소되고 금리가 높아지면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형 기업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습니다. 러셀 2000 지수가 최근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이죠.
저는 지금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면서 중소형주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금융주와 중소형주를 주의 깊게 보면서 방어적인 자산으로 일부 옮기는 중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주목하는 건 에너지 섹터입니다. WTI 유가가 98.7달러까지 올라왔고, 브렌트유는 이미 이틀째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엑손모빌과 셰브론 같은 에너지 기업들이 이번 주 강세를 보였고, 워런 버핏도 이번 분기에 셰브론을 추가 매수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역사적 데이터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1986년 이후 유가가 오를 때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13.1%였고 승률은 84%였습니다. 유가가 내릴 때는 수익률이 11.3%에 승률 81%였죠(출처: 블룸버그). 숫자가 말해주는 건 명확합니다. 유가상승이 무조건 증시 악재는 아니라는 거죠. 물론 지금처럼 성장 둔화와 유가상승이 동시에 오는 구간은 조심해야 하지만, 유가 때문에 주식을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공포는 접어두는 게 맞다고 봅니다.
1990년 이후 WTI가 이틀 연속 5% 이상 급등한 경우를 찾아보면 총 13번 있었는데, S&P 500의 1년 평균 수익률은 22.8%였고 승률은 85%였습니다. 단 하나의 예외가 2008년 9월 금융위기였죠. 제가 보기에 지금은 2008년보다는 2002년이나 2007년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 이 구간은 공포보다 기회에 더 가깝습니다.
AI 쇼핑 전쟁과 대형 IPO 리스크
아마존이 퍼플렉시티의 쇼핑 기능을 차단한 사건은 단순한 기술 분쟁이 아닙니다. AI가 쇼핑의 입구를 바꾸기 시작했고, 아마존은 그 입구를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선전 포고였죠. 퍼플렉시티 같은 AI 검색 엔진은 사용자가 질문만 하면 상품을 찾고 비교하고 선택까지 도와주는 구조입니다. 예전에는 검색창에서 시작해서 여러 사이트를 탐색하고 가격을 비교한 뒤 리뷰를 보고 결제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이 모든 과정이 AI 안에서 한 번에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e-커머스(Electronic Commerce)란 온라인상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전자상거래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인터넷 쇼핑을 뜻하죠. 그런데 AI가 쇼핑의 시작점을 바꾸면서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피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픈 AI, 구글, 퍼플렉시티 같은 기업들이 새로운 쇼핑 플랫폼으로 등장하고 있고, 결국 앞으로 쇼핑 시장의 권력은 AI 기술과 플랫폼, 물류 인프라를 동시에 가진 기업에게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스페이스 X 같은 대형 IPO(기업공개)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스페이스 X가 상장하면 현재 기업 가치 기준으로 단숨에 시가총액 6위가 되는데, 문제는 투자자들이 어디서 돈을 끌어올 거냐는 점이죠. 대부분 기존에 투자하고 있는 자산에서 일부를 옮길 가능성이 큽니다. 엔비디아나 테슬라를 매도해서 스페이스 X를 매수하는 식으로요.
월가에서는 스페이스 X IPO 일정을 이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 3월 말: IPO 추진 공식화
- 4월 중순: SEC에 IPO 신청서 제출
- 5월 중순: 기관 투자자 대상 로드쇼 진행
- 6월 말: 실제 상장 (일론 머스크 생일인 6월 28일에 맞출 가능성)
문제는 중동사태가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형 IPO들이 예상한 대로 자금을 모아 올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제 생각엔 사모펀드 위기와 유가상승이 겹치면서 유동성이 생각보다 빠듯해질 수 있습니다. 나스닥 거래소는 스페이스 X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패스트 트랙을 사용해서 바로 나스닥 100에 편입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S&P 500이나 나스닥 지수에 투자한 자금이 자연스럽게 스페이스 X로 흡수되면서 기존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중동사태로 세계가 혼란스럽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제가 다 얼어있는 건 아닙니다. 이 속에서도 움직이는 건 있고 올라갈 건 올라갑니다. 마이크론, 인텔, 램리서치 같은 AI 메모리 관련 기업들은 엔비디아가 숨 고르기 하는 사이에 매수세가 몰렸고, 캐터필러, GE버노바 같은 전력 인프라 기업들도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이미 다이먼의 말처럼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고 단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뿐입니다. 지금 리스크는 AI 버블에서 전쟁으로, 그리고 유가로 이동 중입니다. 저는 이번 주말에 제 포트폴리오가 이 리스크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다시 점검할 예정입니다. 금융주와 중소형주를 주의 깊게 보면서, 에너지나 전력 인프라 같은 방어적인 섹터로 일부 헷지를 해두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