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터지면 주식시장이 반드시 폭락할까요?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입니다. 지난 100년간 주요 전쟁 발발 후 12개월 내 주가 상승 사례가 하락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저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직후 코스피가 급락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성급하게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역사 데이터가 알려주는 패턴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터져도 주가가 오르는 이유
시장은 전쟁 그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진짜 두려움의 대상은 불확실성입니다. 여기서 불확실성(Uncertainty)이란 미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투자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전쟁이 실제로 발발하는 순간 이 불확실성은 오히려 감소합니다.
1941년 진주만 기습 이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를 살펴보겠습니다. 전쟁 기간 동안 미국 증시는 연평균 13% 이상 상승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탱크, 비행기, 군복 등 전쟁 물자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장이 24시간 가동됐고 실업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졌습니다. 저는 이 데이터를 처음 접했을 때 상당히 놀랐습니다. 폭탄이 떨어지는데 주가가 오른다는 사실이 직관과 완전히 반대였기 때문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 때도 동일한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초기 충격 이후 미국 증시는 몇 달 만에 회복했고 전쟁 기간 내내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국방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확대되면서 경제가 오히려 활성화된 것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자 시장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고,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유가가 결정하는 시장의 운명
모든 전쟁이 같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에너지 공급망입니다.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전쟁 → 유가 폭등 → 물가 상승 → 금리 인상 → 주가 하락'이라는 5단계 도미노로 설명됩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1차 오일쇼크가 발생했습니다. 석유 가격이 네 배로 폭등했고 미국 증시는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여기서 오일쇼크(Oil Shock)란 원유 공급이 급격히 차단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이것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전쟁이 특별히 파괴적이었던 이유는 세계 경제의 혈관인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겨냥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1991년 걸프전은 42일 만에 종료됐고, 전쟁 기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려 유가 급등을 막았습니다. 그 결과 당해 미국 증시는 3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천연가스와 밀 등 곡물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전 세계 물가를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제 포트폴리오도 이때 상당한 타격을 입었는데, 에너지 관련주만 예외적으로 수익을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석유는 거의 모든 상품의 생산과 운송에 들어갑니다. 공장을 돌리려면 기름이 필요하고, 완성된 제품을 실어 나르려면 역시 기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가격이 뛰면 연쇄적으로 모든 상품 가격이 오릅니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립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면서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전쟁 국면에서의 실전 투자 전략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언제 매수하고 매도해야 할까요? 저는 세 단계 행동 원칙을 지킵니다.
첫 번째는 뉴스 발생 직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속보가 쏟아지고 폭발 장면이 화면을 도배할 때 시장은 가장 비이성적으로 요동칩니다. 이때 공포에 질려 던지거나 섣불리 바닥을 예측해 들어가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입니다. 실제로 지정학적 위기 발생 시 초기 공포로 인한 증시의 평균 하락폭은 7~15% 사이이며, 바닥을 찍는 데 평균 22일이 걸립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이 시기에는 주식창을 덮어두고 관망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투자입니다.
두 번째는 유가 흐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유가가 일시적으로 뛰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매수 기회를 준비할 때입니다.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 같은 핵심 공급망이 막혀 유가가 폭등한 채 꺾이지 않는다면 방어 태세를 갖춰야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 만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 유일한 통로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이 좁은 목구멍을 지나갑니다. 저는 중동 지역 전쟁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WTI 원유 선물 차트를 확인합니다.
세 번째는 중앙은행의 입을 확인한 후 행동하는 것입니다. 연준 의장이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하며 금리를 올리려 한다면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반대로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하며 시장을 달래거나 기존 금리 정책을 유지한다면 바로 그 순간이 우량주를 가장 싸게 주워 담을 수 있는 매수 타이밍입니다.
전쟁 국면에서 돈은 한쪽에서 빠져나와 다른 쪽으로 이동합니다. 항공주는 유가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지만, 석유 기업들은 만세를 부릅니다. 소비재 기업들은 지갑을 닫아버린 소비자 때문에 매출이 곤두박질치지만, 방위산업체와 사이버 보안 기업들은 군수 수요 폭발과 함께 랠리를 펼칩니다. 제가 2024년이란-이스라엘 충돌 당시 방산주를 일부 매수했던 것도 이런 자본 재배치 흐름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예측할 수 없지만 준비할 수는 있습니다. 역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그리고 각 시나리오에 맞는 대응 전략을 미리 세워두는 것, 이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투자자의 자세입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앞에서도 시장은 멈추지 않습니다. 돈은 공포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가 불확실성이 걷히면 다시 기회를 찾아 움직입니다.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분석은 투자에 대한 이야기일 뿐 전쟁 그 자체를 옹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은 언제나 비극이며, 그 비극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고 땅을 일구는 데 막대한 인력과 자원,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공포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