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투자 조언을 듣고 따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그들의 분석을 제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모습이라고 믿었던 거죠. 그런데 20세기 초 월스트리트를 주름잡았던 제시 리버모어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907년 증시 패닉 때 공매도로 현재 가치 1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그는 성공적인 투자의 핵심이 남의 말이 아닌 자신만의 판단과 인내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의 큰 흐름을 기다리는 인내심
제시 리버모어가 가장 강조한 덕목은 바로 인내심입니다. 여기서 인내심이란 단순히 참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대세 상승(Bull Market)이나 대세 하락(Bear Market) 같은 큰 흐름이 명확해질 때까지 섣부른 매매를 자제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저 역시 예전에는 매일 차트를 들여다보며 작은 등락에 일희일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금만 오르면 팔고 싶고, 조금만 떨어지면 사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씩 거래를 반복했죠. 그런데 리버모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매일 혹은 매주 투기를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회는 1년에 몇 차례밖에 없다."
실제로 시장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단기 매매는 거래 비용과 심리적 부담을 증가시켜 장기 수익률을 낮춘다고 합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리버모어가 강조한 '분기점(Pivot Point)'이란 개념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기점이란 주가가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심리적 전환점을 뜻하는데, 이 지점을 정확히 포착하고 그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사람만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겁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시장의 큰 흐름 역시 하루나 한 주 만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리버모어는 "시장 흐름의 결정적인 부분은 그 움직임의 마지막 48시간 동안 나타난다"라고 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조급하게 서둘러 수익을 실현했을 때보다, 추세가 확실히 꺾일 때까지 묵묵히 보유했을 때 훨씬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장 추세를 따르되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라
리버모어는 철저한 추세 추종자(Trend Follower)였습니다. 추세 추종이란 시장이 상승 국면에 있을 때는 매수 포지션을, 하락 국면에 있을 때는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며 흐름에 순응하는 투자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시장의 방향을 거스르지 않고 그 흐름을 타는 것이죠.
많은 분들이 "이번엔 다를 거야"라며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베팅하는 경우를 봅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주가가 계속 오르는데 "이제 곧 떨어질 거야"라는 생각에 공매도를 시도했다가 큰 손실을 본 적이 있거든요. 리버모어는 이렇게 경고합니다. "절대로 주가 움직임과 다투지 말라. 주가 움직임에 어떤 이유나 설명을 요구하지도 말라."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남들을 따라가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리버모어가 강조한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자신만의 판단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는 "비밀 정보를 믿지 않는다"라고 단언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들은 정보로 주식을 샀다면, 팔 때도 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는데, 그 사람이 휴가라도 가면 어떻게 할 건가요?
실제로 주식 투자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확립하고 일관되게 적용
- 타인의 의견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정신적 독립성
- 시장의 객관적 신호를 읽어내는 관찰력
저도 뉴스나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무의식 중에 동조하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제가 먼저 그렇게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그들의 생각을 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먼저 제 생각을 정리한 뒤에 타인의 의견을 참고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통제하라
리버모어는 "투기자의 가장 큰 적은 늘 자기 내부에서 튀어나온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입니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에서도 이 두 감정이 투자자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행동재무학이란 심리학적 요인이 투자자의 판단과 시장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시장이 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내일은 회복되겠지"라는 희망에 매달리게 됩니다. 반대로 내 예상대로 움직이면 "내일 다시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 너무 일찍 빠져나오죠. 리버모어는 이 본능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지금의 손실이 점점 더 커질지도 모른다는 점을 두려워해야 하고, 지금의 이익이 더 크게 불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제 경험상으로도 감정에 휘둘렸을 때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특히 한번 크게 수익을 본 후에 찾아오는 자만심이 위험했습니다. "나도 이제 좀 아는구나"라는 생각에 더 큰 금액을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리버모어는 이를 "자만심이 몹쓸 병"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공감이 갑니다.
대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바로 감정 통제입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되, 시장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일 때는 겸손하게 인정하고 손절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리버모어조차 "아무도 주식 시장을 이길 수 없다"라고 고백했습니다. 평생 트레이딩만 해온 그도 결국 시장 앞에서는 겸손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감정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감정이 판단을 흐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생깁니다. 저는 요즘 매매 전에 "지금 내가 희망이나 두려움 때문에 이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닌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덜 충동적인 거래를 하게 되더군요.
리버모어의 조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큰 흐름이 올 때까지 인내하고,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 간단해 보이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원칙만 제대로 지킬 수 있다면, 우리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리버모어의 투자 철학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앞으로 투자할 때 그의 가르침을 곱씹으며, 조급함보다는 인내를, 타인의 조언보다는 제 판단을, 감정보다는 이성을 우선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