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하루 만에 450포인트 급락했습니다. 저도 오전에는 '오늘 좀 빠지겠네' 정도로 생각했는데, 오후 장이 훅 빠지면서 완전히 다른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 이슈가 터지면 며칠 조정 후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번처럼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고, 개인들의 매수세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입니다.

외인매도 패턴의 변화
외국인들은 2월 내내 한국 증시를 팔아왔습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금요일에도 7조 원 넘게 순매도를 기록했고, 오늘은 5조 원을 또 쏟아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누적 순매도'라는 개념입니다. 누적 순매도란 일정 기간 동안 외국인이 매도한 금액에서 매수한 금액을 뺀 순수 매도 규모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하루 이틀 파는 것과 달리, 2월 한 달 내내 지속적으로 팔아온 것이죠.
그런데 코스피는 어떻게 6천 선을 돌파할 수 있었을까요? 개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매수했기 때문입니다. ETF(상장지수펀드) 자금도 상당했는데, ETF란 특정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로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개인들이 직접 주식을 사는 것과 별개로 ETF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시장에 자금을 쏟아부은 겁니다.
저도 오전에 관심 종목들이 조금씩 내려갈 때 '지금 들어가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고, 결국 지켜보기로 했죠. 외국인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팔 때는 단순히 차익 실현이 아니라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매매 리스크 점검
오늘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기관의 태도 변화였습니다. 그동안 조 단위로 순매수를 하던 기관이 오늘 9천억 원 가까이 순매도를 찍었거든요. 기관 매매에는 ETF 운용사의 거래도 포함되는데, ETF 자금이 유입되면 기관 매수로 잡히지만 반대로 환매가 일어나면 기관 매도로 집계됩니다. 결국 개인들이 ETF를 팔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내일 가장 걱정되는 건 반대매매입니다. 반대매매란 증권사가 신용거래 고객의 담보 부족분을 강제로 매도하는 것을 말합니다(출처: 한국거래소). 대형주는 안정적이라는 믿음으로 레버리지를 걸어 투자하는 분들이 많은데, 오늘처럼 10% 가까이 급락하면 담보 비율이 무너집니다.
계산으로는 대략 226% 수준까지 떨어지면 추가 담보를 내일까지 채워야 하는데, 현금이 있었으면 애초에 신용을 안 썼겠죠. 내일 오전 장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 한 번 더 충격파가 올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증시가 오늘 밤 괜찮게 마감한다면 반대매매 가격이라도 좀 나은 수준에서 형성될 겁니다.
저가매수 타이밍 판단
일반적으로 패닉장이 오면 'V자 반등'을 기대하며 바로 전액 투자하라는 조언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위험한 접근입니다. 2008년 리먼 사태나 2020년 코로나 때를 겪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하 2층 지하 3층이 따로 있었거든요. 최근 몇 년간은 악재 한 방에 V자로 회복되는 패턴이 많았지만, 그게 항상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는 이번에 분할매수 전략을 쓸 생각입니다. 분할매수란 한 번에 전액을 투자하지 않고 여러 차례에 나눠 매수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 가능 금액을 6 등분해서 한 주에 한 번씩 나눠 사는 식이죠. 이렇게 하면 추가 하락이 와도 평단가를 낮출 여력이 생깁니다.
제가 오전에 눈여겨본 종목들 중 일부는 실적과 무관하게 ETF 매도 때문에 같이 끌려 내려간 케이스였습니다. 코스피 200 ETF에 편입된 종목들은 개별 실적이 괜찮아도 지수가 빠지면 프로그램 매매로 자동으로 팔립니다. 이런 종목들이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핵심 판단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내가 보유한 종목이 이번 악재로 미래 이익에 영향을 받는가
- 관심 종목이 실적과 무관하게 수급으로만 빠진 건 아닌가
- 추가 악재 가능성을 고려해 분할매수 여력을 남겨뒀는가
이란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
솔직히 이번 전쟁은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습니다. 이란의 대응이 예상보다 치밀하거든요. 미국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느낌입니다. 트럼프가 새벽 트위터에 "미국의 무기는 무한정하다"며 장기전 뉘앙스를 풍겼을 때 증시가 한 번 더 꺾인 게 이를 방증합니다.
제 기준에서는 유가 움직임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직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건, 시장이 전쟁 확산 가능성을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이란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국제 기준가격으로, 전쟁이나 공급 차질 시 급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유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져 증시에 추가 부담이 될 겁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은 결국 소강상태로 접어들거나 종식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종식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미 적응했죠. 시간의 문제일 뿐, 좋은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옵니다. 다만 그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려 하지 말고, 여러 번 나눠서 접근하는 게 현명합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보유 종목을 팔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고, 관심 종목이 저가에 나왔다면 분할로 매수를 시작하는 겁니다. 공포스럽고 무기력한 감정은 당연하지만, 그게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되어선 안 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만 하되, 결국 내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과거 비슷한 사례를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패닉장은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이성을 차리고 냉정하게 대응하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