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주식 계좌를 열어두고 환전을 미루다가 환율이 1,450원을 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200원 대만 넘어가면 "고환율"이라며 여행 환전을 망설였는데, 이제는 1,400원대가 일상이 되어버렸죠. 정부에서 여러 정책 카드를 꺼내 들며 환율을 누르려 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환율 상황이 오히려 2026년 주식 시장에서 가치주의 전성시대를 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율 방어와 외국인 자금 유입의 상관관계
정부가 최근 서학개미들을 국내 증시로 돌리기 위해 양도세 면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5천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는 건데, 저는 처음에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실제로 해외 주식에 투자한 개인 자금이 260조 원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손실 상태라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돈 자체가 없다는 분석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중요한 건 실제 자금 이동보다 심리적 효과였습니다. 국가가 환율 방어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자 환율이 5% 정도 급락했고,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을 사기만 해도 환차익으로 5%를 먹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거죠. 여기서 환차익(為替差益)이란 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달러당 1,450원일 때 한국 주식을 사고, 환율이 1,400원으로 떨어지면 주가가 그대로여도 약 3.4%의 수익이 생기는 원리입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크리스마스 시즌 랠리 때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습니다. 코스피 시총 1위부터 100위까지 공매도 규제를 풀어준 정책과 맞물리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자금이 쏠렸죠. 외국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ETF(상장지수펀드) 특성상 대형주 위주로 편입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됩니다. 2024년 12월 기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약 8조 원에 달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하지만 저는 이게 구조적 해결은 아니라고 봅니다. IMF가 지적한 재정적자 문제나 기업들의 해외 투자 수요는 여전하거든요. 환율이 1,480원 근처에서 방어선을 형성했지만, 이게 오히려 환투기 세력에게 새로운 타깃이 될 수도 있습니다. 1,430원에서 달러를 사고 1,480원에서 파는 걸 반복하는 식이죠.
가치주 시대가 오는 이유와 투자 전략
제가 최근 들어 가장 주목하는 건 가치주의 재조명입니다. 가치주란 기업의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낮게 평가된 주식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실적은 괜찮은데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입니다. 지난 20년간 기술주와 성장주가 주도했던 시장에서 가치주는 소외됐었죠. 그런데 역사적으로 기술주 랠리가 꺾인 후에는 항상 가치주 시대가 열렸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이 흐름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개선 정책, 배당 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매입·소각 유도 등이 모두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PBR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의 자산 대비 주가가 얼마나 저평가됐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PBR 0.3배인 기업이 1배까지 올라가면 이론상 주가가 3배 이상 오를 수 있는 여지가 생기죠.
실제로 제가 관심 있게 보는 투자 아이디어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중견 지주사: 시가총액은 4,000억 원인데 계열사 가치는 4조 원인 구조. 사모펀드의 공개매수 위협으로 인해 자사주 매입이나 저평가 해소 압력이 커지고 있음
- 턴어라운드 제조업: 2027~2028년 제조업 사이클 고점과 AI·로봇 기술 도입으로 생산성이 급증할 가능성. 이른바 '38 광땡' 전략(끝자리 2,3년이 바닥, 7,8년이 고점)
- 배당 성장주: 정부가 매년 10% 배당 증가를 유도하면서 배당수익률 기준 주가 상승 기대
저는 특히 중견 지주사 중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같은 알짜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지주사 자체 실적도 개선되고 있고, 자회사 가치는 훨씬 높은데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만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단기 전략과 장기 가치투자를 구분할 필요는 있습니다. 정부가 AI에 150조 원을 투입한다면 단기적으로 AI 관련주가 오를 수밖에 없고, 조선 협력 발표 때 조선주가 급등한 것처럼 정책 수혜주는 1년 안에 큰 변동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진짜 텐베거(10배 수익)는 남들이 관심 없을 때 발굴한 가치주에서 나온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2020년 코로나 때 PBR 0.5배였던 한 화학주를 2년간 보유했다가 3배 수익을 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는 차트가 2년 내내 횡보했지만, 분기 실적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버텼던 게 주효했죠. 가치주 투자는 결국 인내와 공부의 싸움입니다.
정부는 코스피가 깨지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증시 부양 정책을 계속 내놓을 가능성이 높고, 부동산 규제는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주식 시장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코스피 7,000은 물론이고, 일부 증권사에서는 8,000까지도 전망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금융연구원). 물론 이는 AI 버블이 꺾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입니다.
2026년은 성장주와 가치주가 공존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성장주 랠리가 언젠가 꺾일 때를 대비해 지금부터 저 PBR, 고배당, 자산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일부 분산해 두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기술주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배당수익률 4% 이상의 우량 가치주를 하나씩 담기 시작했습니다. 환율이 요동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특히 내재가치가 탄탄한 기업들이 더욱 빛을 발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