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ISA는 만들어야 하나, IRP에 얼마를 넣어야 하나, 연금저축은 세액공제를 받는 게 유리한가. 저도 처음엔 이런 계좌들이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의 절세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넣어둘 여유 자금도 없는데 세제혜택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죠. 하지만 제대로 알고 나니 이건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누구나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이었습니다. 각 계좌의 특성과 세금 구조를 이해하면,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최종 수익에서 수백만 원 차이가 납니다.

ISA 계좌는 단기 절세의 핵심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는 비과세 주머니입니다. 이 계좌의 가장 큰 장점은 계좌 내에서 발생하는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해 즉시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반 은행 예금은 만기 때 15.4%의 이자소득세를 떼고 받습니다. 국내 상장 해외 ETF나 채권형 ETF를 매매하면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죠.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런 소득이 연간 2천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1천만 원만 넘어도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출처: 국세청). 저도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투자로 수익을 냈는데 건보료까지 올라간다니요.
ISA 계좌 안에서는 이런 걱정이 없습니다. 매매를 반복해도 세금이 발생하지 않고, 계좌를 해지할 때 순수익을 합산해서 한 번만 정산합니다. 순수익 200만 원까지는 완전 비과세, 초과분에 대해서만 9.9%의 분리과세를 적용합니다. 연간 납입한도는 2천만 원이며, 전년도에 납입하지 않은 금액은 이월됩니다. 2025년 12월에 계좌를 만든 사람도 2026년 1월이 되면 납입한도가 4천만 원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제가 ISA를 직접 써보니 예상 밖으로 유연했습니다. 원금은 언제든 인출할 수 있어서 급전이 필요할 때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는 애초에 매매차익이 비과세이므로 ISA에 넣을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대신 배당소득세가 붙는 월배당 ETF나 해외 상장지수 추종 ETF를 담으면 절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IRP와 연금저축, 세액공제가 독인가 약인가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개인형 퇴직연금을 뜻합니다. 연금저축과 함께 대표적인 노후대비 계좌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세액공제만 보고 가입했다가 나중에 후회합니다. 왜 그럴까요? 세액공제는 '세금 감면'이 아니라 '세금 유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연말정산 시 연금저축과 IRP 합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연봉 5,500만 원 이하는 16.5%, 초과는 13.2%를 환급받죠. 100만 원을 납입하면 많아야 16만 5천 원을 돌려받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 돈을 중도 인출하거나 연금이 아닌 방식으로 찾을 때 발생합니다. 원금과 수익 전체에 16.5%를 과세하기 때문에, 받았던 혜택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토해내야 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제 경험상 이건 정말 함정이었습니다. 세액공제받은 100만 원이 투자로 200만 원이 됐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걸 깨면 200만 원 전체에 대해 16.5%, 즉 33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받은 건 16만 5천 원인데 내는 건 33만 원이니 오히려 손해죠. 더 큰 문제는 연금으로 받을 때도 제약이 있다는 겁니다. 연간 인출액이 1,500만 원을 넘으면 과세 세율이 다시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세액공제를 아예 받지 않는 겁니다. 연말정산 서류에서 해당 항목을 체크하지 않으면 됩니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으면 원금은 언제든 비과세로 인출할 수 있고, 수익에 대해서만 16.5%를 과세합니다. IRP와 연금저축을 비과세 통장으로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ISA 만기 시 나온 목돈을 여기로 이체하면 장기 투자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은 연간 1,800만 원까지, IRP는 추가로 납입이 가능하니 목돈을 굴리기에도 적합합니다.
미국 주식 직접 투자 vs 국내 상장 ETF, 세금 구조로 선택하라
똑같은 S&P 500 지수에 투자하는데도 방법에 따라 세금이 천차만별입니다. 국내 상장 해외 ETF는 매매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됩니다. 반면 미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면 양도소득세 22%를 내되, 연간 250만 원까지는 공제됩니다. ROI(Return On Investment)가 높아질수록 세금 구조가 최종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커집니다. 여기서 ROI란 투자 대비 수익률을 의미하며, 투자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연간 1천만 원 정도만 인출할 계획이라면 미국 직접 투자가 유리합니다. 1천만 원 중 원금이 500만 원, 수익이 500만 원이라면 250만 원 공제 후 나머지 250만 원에만 22%를 내면 됩니다. 반면 국내 상장 ETF는 수익 500만 원 전체에 15.4%를 내야 하죠. 하지만 목돈을 한 번에 인출할 계획이라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므로 ISA나 연금저축 계좌에서 국내 상장 ETF로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국내 ETF만 매수했다가 나중에 세금 폭탄을 맞을 뻔했습니다. 지금은 투자 목적과 인출 시점에 따라 계좌를 나눠 씁니다. 단기 목돈이 필요하면 ISA에서 국내 ETF로, 장기 투자는 연금저축에서 분산 투자로 구조를 잡았습니다. 월배당 ETF처럼 배당소득이 많이 발생하는 상품은 반드시 ISA에 넣어야 합니다. 배당금이 쌓일 때마다 15.4%씩 떼이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고소득자나 자영업자라면 건강보험료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 주식 매매차익은 재산으로 평가하지 않으므로 부동산보다 건보료 부담이 적습니다. 같은 자산을 보유해도 주식으로 갖고 있으면 세금과 건보료 측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알고 나니 ISA, IRP, 연금저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습니다. 계좌별 특성을 이해하고 세금 구조에 맞춰 전략을 세우면, 같은 투자 금액으로도 훨씬 많은 순수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년 초 이 세 계좌의 배분 비율을 점검합니다. 세액공제의 달콤함에 속지 말고,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 제대로 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