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종목 추천글을 보면 "ROE 20% 넘는 우량주"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PER과 함께 ROE만 보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저 역시 초보 시절 이 두 지표만 믿고 종목을 골랐다가 운 좋게 수익을 내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았다라고밖에 말할 수없습니다. ROE가 높다는 건 분명 좋은 신호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맥락을 읽지 못하면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ROE가 높아도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
ROE(자기 자본이익률)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비율입니다. 여기서 자본총계란 기업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수 자기 자본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주주가 실제로 투입한 돈 대비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효율성 지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ROE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기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분석해 본 기업 중에는 ROE가 30%를 넘었지만 매출은 3년째 제자리걸음인 곳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연구개발비를 대폭 줄이고 인력을 감축해서 비용을 짜낸 결과였습니다. 당기순이익은 늘었지만 미래 성장동력은 사라진 셈이죠.
또 다른 사례로는 대규모 배당을 통해 자본총계를 줄여 ROE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경우가 있습니다. 분모인 자본이 줄어들면 같은 이익이라도 ROE는 올라갑니다. 배당을 주니 투자자들은 좋아하고, ROE가 높으니 또 투자자가 몰리고, 주가는 오르지만 정작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나아진 게 없습니다. 솔직히 이런 구조를 처음 알았을 때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매출 증가 없이 ROE만 올리는 방법
기업이 ROE를 높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려 당기순이익을 증가시키는 정공법. 둘째, 비용을 절감해 순이익률을 높이는 방법. 셋째, 자본총계를 줄여 분모를 낮추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법입니다. 비용 절감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한계가 명확합니다. 직원을 자르고, 임대료를 줄이고, 원재료 단가를 낮추는 건 일회성입니다. 더 심각한 건 미래를 위한 R&D 투자까지 줄일 때입니다. 저는 한 IT 기업이 3년간 ROE를 15%에서 25%로 끌어올렸지만,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는 절반으로 줄어든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장은 주가가 올랐지만, 5년 뒤 그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됐습니다.
자본총계를 줄이는 방법은 더 교묘합니다. 배당을 대규모로 실시하거나, 부채를 늘려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ROE는 쉽게 올라갑니다. 실투자금이 줄어든 만큼 같은 이익이라도 효율이 높아 보이는 거죠. 부동산 투자로 치면 대출을 최대한 받아서 수익률을 높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2023년 기준 코스피 상위 50개 기업 중 ROE 30%를 넘는 곳은 5곳도 안 됩니다. 대부분의 우량 기업조차 15~2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만큼 지속적으로 높은 ROE를 유지하는 건 어렵다는 뜻입니다.
ROE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구조적 이유
기업이 성장하면 자본총계도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첫해에 자본 100억으로 순이익 20억을 냈다면 ROE는 20%입니다. 그런데 이 순이익 20억은 다음 해 자본으로 편입됩니다. 그럼 2년 차에는 자본 120억이 되는 거죠. 같은 ROE 20%를 유지하려면 순이익이 24억으로 늘어야 합니다.
3년 차가 되면 자본은 144억, 필요한 순이익은 28.8억으로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결국 기업이 몸집을 키울수록 같은 비율의 ROE를 유지하는 건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게 바로 대형 우량주일수록 ROE가 낮은 이유입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은 자본총계가 수십조 원인데, 여기서 20% 이상의 ROE를 뽑아내려면 수조 원의 순이익을 매년 늘려야 합니다.
워런 버핏이 ROE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는 연평균 23%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애초에 ROE가 20%를 넘는 기업에만 투자했다는 뜻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건 ROE의 절댓값보다 '추세'입니다. ROE가 서서히 떨어지더라도 매출이 꾸준히 증가한다면 건강한 신호입니다. 반대로 ROE는 올라가는데 매출이 정체되어 있다면, 그건 위험 신호입니다.
제대로 된 ROE 투자 체크리스트
제가 실제로 종목을 선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ROE가 최소 15% 이상이며, 최근 3년간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가
- 매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 추세인가
- 배당성향이 과도하게 높지 않은가 (50% 이하가 적정)
- 부채비율이 업종 평균 이하인가
-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증가하는가
ROE 30%가 넘는 기업을 발견하면 저는 먼저 매출 추이를 봅니다. 매출이 정체되어 있다면 비용 절감으로 순이익을 짜낸 건 아닌지 의심합니다. 다음으로 배당성향을 확인합니다. 배당성향이 70~80%를 넘어가면 자본을 과도하게 빼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마지막으로 부채비율을 체크합니다. 부채를 늘려서 레버리지를 높였다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TV는 ROE가 32.5%에 달하지만, 이건 플랫폼 사업 특성상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서버와 인력만 있으면 되니 자본이 적게 들고, BJ와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주니 순이익률이 높습니다. 이런 구조적 우위가 있을 때 높은 ROE는 의미가 있습니다.
반면 코웨이는 한때 ROE 30%를 넘겼지만, 이건 구조조정과 배당 확대로 만들어진 수치였습니다. 실제로 매출 성장은 둔화되었고, 미래 투자는 줄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기업은 단기 수익은 낼 수 있어도 장기 보유하기엔 부담스럽습니다.
ROE는 분명 중요한 지표지만, 절대 이것만 보고 투자해선 안 됩니다. 매출 증가율, 영업이익률, 부채비율, 배당성향을 함께 보면서 기업의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저는 ROE가 기준에 못 미치면 과감히 투자 후보에서 제외하지만, ROE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사지도 않습니다. 결국 ROE는 출발점일 뿐, 최종 판단은 종합적인 분석 이후에 내려야 합니다. 다음에 종목 분석할 때는 매출 추이부터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F_AU0denLc&list=PLpezlh5x80cv5dwniDgE4M6JsjmcfRx2d&index=5